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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학창시절부터 책읽기를 좋아하지만 글쓰는 작업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그 당시 글쓰기란 대부분 연필이나 볼펜으로 적는 수기였기 때문에 손도 아프고 시간도
오래 걸려서 나서서 글써본적은 없는 것 같다. 요즘이야 거의 대부분 워드나 한글로 글쓰기
를 하기 때문에 이전에 비해 육체적인 괴로움은 많이 없어진 것 같다.
하지만 육체적인 괴로움이 줄었음에도 불구하고 딱히 글을 쓰는 것을 좋아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니 글쓰기와 관련된 취미나 직업군을 제외하고 글을 쓰는걸 좋아하
는 사람이 그렇게 많을 것 같지 않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나는 내 나름 글쓰기에 대한 노
력을 했던 시절이 있었던 것 같다.
예를 들면 군인 시절, 하루하루 멍청해져만 가는 것 같은 날들을 보내며 회의감이 들기 시작
했던 일병 무렵,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봐야 겠다고 생각한적이 있었다. 평소의 나였으면 세
권쯤 읽고 포기했었겠지만 정말 지옥같이 할게 없었던 군생활이 나를 도왔던 것 같다.
내가 전역을 했을 때 총 150권 정도의 책을 읽었으며, 길든 짧든 모든 책에 대한 독후감을
적을 수 있었다. 읽었던 책들은 한국인이라면 필독서인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들, 우후
죽순으로 생겨나던 자기개발서, 유명한 문학, 과학서적 등등 . 아마도 그 이유는 내가
책을 구하기 힘들었기 때문에 간간히 휴가 때 사오거나 부모님께 부탁해서 택배로 받았던
것들을 제외하면, 중대에 보관되었거나 전우(?)들이 가지고 있던 책을 빌려읽었기 때문일
것이다.
전역 후 다시 대학생 생활을 시작한 뒤 가끔 그 당시에 썻었던 독후감을 읽어보면 내가 꿈
을 꾼 것인지 글을 적은 것인지 헷갈릴 정도로 내맘대로 적혀있었다. 다시 복학하고 나서는
세상에 재미있는 일이 많다보니 수업과제, 발표, 보고서 등의 타의적인 경우가 아니면 글을
쓸 기회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나는 대학원에 들어온고 나서 본격적으로 글을 써야 할 기회가 많이 생겼고, 내 글쓰기 능력
이 정말로 형편없다는 것을 깨닳았다. 연구라는것이 가운을 입고 재미있는 여러 실험을 하
고 세계가 놀랄만한 멋진 발견을 하는 직업이라는 막연한 상상을 했던 어린 시절의 내가 안
쓰러울 만큼, 대학원 입학 초창기에는 컴퓨터 앞에 앉아서 내 멍청한 글쓰기 실력을 내 손가
락에 탓할때가 더 많았던 것 같다.
연구실 생활 초기에는 연구도 재밌고 코딩을 통한 자료처리도 너무 재미있었지만, 막상 내
연구결과가 생기기 시작하고 이를 논문이나 보고서를 통해 글로 적게되니 너무 막막한 점
이 많았었다. 과거 자기소개서를 제외하고는 형식에 맞춰 글을 써본적이 많이 없었기 때문
에 기승전결 및 세부 카테고리가 뚜렷한 글쓰기는 나에게 힘든 시련이 되었다.
단 한글 10장짜리 보고서를 적는대 밤을 새운적이 있었고, 다음날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결과 마저도 개판이었던 것 같다. 검토를 받고보면 보고서에는 빨간줄이 반은 되었던 것 같
고, 한국식으로 분량까지 더 늘려라는 코멘트를 받고나니 정말 미처버릴 것 같았다.
지금에 와서야 한글로 한정 할 경우 나름 한국식 보고서의 글쓰기는 어느 정도 수월하게 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글쓰기를 위해 다른 보고서를 참고하여 흉내도 내
어보고, 많은 논문을 읽어가며 formal 한 글쓰기에 대한 연습을 하다보니 이제서야 '흉내'정
도는 잘 내는 것 같다.
그리고 내 연구실 선배가 '연구직은 그림쟁이다'라고 했던말이 생각난다. 실제로 논문과 보
고서를 작성해보면 잘 적은 여러 장의 글 보다, 정리가 잘 된 그림(figure) 하나가 전체 내용
을 훨씬 더 잘 설명해주는 것 같다. 결국 그림그리기도 글쓰기도 내 머리속의 로직을 표현하
는 방법이라는 측면에서 유사한 카테고리이다.
생각해보면 그림의 디자인도 보노보노가 들어있는 학부생 시절의 ppt부터 학회, 세미나에
서의 발표를 거쳐가며 많은 성장을 한 것 같다. 어떻게 하면 더 가시적이고, 쉽게 이해가 가
며, 전문적여 보이는지 생각하며 훈련을 했던 것은 글쓰기와 그림그리기는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적고보니 앞에서 글쓰기와 그림그리기에 깨닳음이 있는 사람처럼 적어놓은 것 같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면 지금 내가 쓰고있는 논문, 보고서와 이 글 또한 문제점이 매우 많아보
일 것이 분명하다. 사실 내 글을 내가 다음날에 다시 봐도 여전히 개판으로 보이는 것 같다.
어쨋든, 나는 앞으로 글을 쓸 일이 더 많아질 것이며, 반드시 잘 써야한다. 내가 글쓰기로
부귀영화를 누리려는 것은 아니지만 최선을 다해서 내 블로그와 내 연구에서 열심히 글을
쓰고 발전시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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