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농구를 정말로 좋아한다. 아마도 고등학생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 까지 약 10년동안의 내 인생을 짧게 표현해봐라고 한다면, 바로 '농구' 하나로 정리 할 수 있다.
나는 중3때 키가 162cm 였는데,고등학교 입학할 때 182cm 까지 자랐다. 거의 1년동안 20cm 가 컸었던 것 같다. 사실 이 시기에는 친구들끼리 축구공이나 가끔 차는것 말고는 운동을 거의 하지 않았었다.
내가 키가 갑자기 커지다 보니 학교에 농구하는 친구들이 센터쫌 봐라고 나를 꼬시기 시작했다. 정확히 기억이 안나는데 거의 내인생에 최초로 농구를 했던게 친구들 따라서 농구하러 나갔던 1학년 여름 쯤 이었던 것 같다. 그 당시에 내가 얼마나 못했는지는 신기하게 기억이 잘 안난다.
매일 점심, 저녁 밥은 대충 후다닥 먹고 미친듯이 학교에 있는 흙바닥 농구코트로 뛰어갔었던 기억이 난다. 학교에 제대로된 농구코트가 하나밖에 없었기 때문에 다른 학년들과 경쟁을 해야했기도 하지만, 농구하는 친구들이 10명이 넘어서 선착순 10명이 먼저 게임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교복도 그대로 입고, 슬리퍼신고 농구했던 그 시절을 오랜만에 다시 회상해보니 그당시 참 재미있게 농구를 했던 것 같다. 농구의 룰은 잘 모르고 실력도 형편없었지만 날씨와 시간에 상관없이 항상 농구하는것이 즐거웠었다.
시간이 지나 고등학교 3학년때 같이 농구했던 친구들과 운좋게 한 사회인동호회를 들어갈 수 있게 되었고,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농구를 시작했던 것 같다.
군대가기 전까지 여러 사람들한테 농구를 배우고, 군대에서도 열심히 매주 농구하고, 군대 다녀와서도 다시 동호회에 복귀해서 농구를 했다. 이쯤 많은 내 고등학교 친구들이 대학 및 기타 이유로 농구를 그만두게 되었던 것 같다.
거의 혼자남다시피 했지만 신기하게도 나는 농구 할 기회가 많았다. 과동아리 농구가 매우 활발했던 우리학교 특성 상, 야외코트에서도 수준이 나름 괜찮고 열정적이게 농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농구를 재미있게 했었다.
그리고 그 당시, 한국인들 사이에서는 센터를 봐야 할 정도의 키였기 때문에(189 cm 쯤) 포지션 상 유리한 부분도 많았을 것이다. 주변 농구 동호회나 동아리를 보면 대부분 빅맨이 부족한게 한국의 현실이다 보니, 센터나 파워포워드가 포지션 자체로 봤을 때 상대적으로 부족했기 때문이다.
나는 학과생활을 포기할 정도로 농구를 좋아했고, 수없이 다쳤다. 빅맨이다 보니 몸이 남아나질 않았을 뿐더러, 빅맨이지만 빠르고 화려하고 격렬한 플레이를 좋아했기 때문에 더 많이 다쳤던 것 같다.
지금은 거의 한 두달에 농구공을 한번 쯤 잡아보는 것 같다. 농구에 대한 열정이 식은것도, 삶에 찌들어서도 아니다. 너무 많이 다쳐서 내 몸이 더 이상 농구를 할 수 없는 몸이 되었더라.
수술을 여러 번 하고도 정말 미친듯이 뛰어다니는 사람들이 많다. 농구 한 게임을 위해 체력, 근력단련을 열심히 하는사람들 정말 많다. 나는 그렇지 못했다.
대부분의 농구인들이 그랬겠지만, 나는 정말 내 몸관리를 전혀 하지 않았다. 준비운동도 없으며 농구화는 아무거나 신고, 근력운동은 해본적도 없다. 그래도 내가 만족할 수 있을정도로 나는 농구를 했었기 때문이다.
20대 후반들어 어느날 평범하게 생활하다가 갑자기 발목이 아파서 병원에 가보니 수술을 해야한다고 하더라. 십자인대 재건, 연골재생, 염증제거, 뼈조각 제거 등을 한번에 다 했다. 의사선생님이 오후 3시쯤 수술이 끝날 것이라고 했는데 눈떠보니 저녁 7시 30분이었다.
추후에 의사선생님께 물어보니, 발목을 까보니 상태가 심각했다니 뭐라나...
수술대에 눕는 과정이 사형대에 올라가는 심정이었을 만큼 무서웠지만, 수술 후에도 정신을 못차리고 재활도 대충하고 농구하다가 결국 또 다쳤다.
어쨋든, 다 내 잘못이다. 누구를 탓하겠는가. 요즘에는 농구를 자주 못하니 가끔 농구를 할 때 마다 내 몸에대에 최선을 다한다. 십만원대의 보호대, 준비운동만 한시간.... 이미 늦었지만.
나는 주위사람에게 말하고 다닌다. 나는 다시태어나거나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죽이되든 밥이되든 농구선수를 하고싶다고. 그리고 로또에 당첨되면 당첨금을 다 쓰더라도 내 발목과 몸을 살려보고 싶다.
나는 아직도, 그리고 평생 농구와 관련된 인생을 살 것이다. 농구경기를 보고, 후배들 감독도 해주고...
이렇게 추운 날씨에도 야외코트에서 열심히 농구하고있는 학생들을 보니, 오랜 과거는 아니지만 비슷했던 내 과거가 떠오르면서 뭔가 가슴속이 불타오르는 것을 느낀다.
조금 오글거릴 수 있는데, 내 10대, 20대 인생을 바쳤던 농구를 이제는 마음 것 즐길 수는 없지만, 그래도 농구에 대한 내 마음이 아직 타오르고 있다는 것을 느낄 때 마다 농구에 바쳤던 내 인생이 너무 행복했었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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